상해마작 제7강 <東家 결정, 패산 쌓기>
우주의 축소판, 마작 세계
마작에서 일정한 형식에 따라 패를 쌓고 이 패들을 사람들이 나누어 가진 후 대국을 치르는 일련의 과정과 명칭은 『주역』, 『십익(十翼)』,『태극도설』등에서 볼 수 있는 중국 우주론과 고전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마작을 창안한 중국 지식인들은 마작이 우주의 축소판이며 ‘태극(太極)’을 중심으로 ‘음양(陰陽)’, ‘사상(四象)’, ‘오행(五行)’, ‘팔괘(八卦)’ 등 삼라만상의 변화가 순환되는 공간으로 인식했습니다.
4명의 작사(雀士, 마작하는 사람)들이 패로 쌓는 우물 정(井) 모양의 정사각형은 우주를, 그 내부 공간은 은하수(銀河水)를, 춘하추동 사계절은 하늘을, 동남서북 네 방향은 땅을, 매난국죽 사군자는 사람을 각각 의미합니다. 이들은 머물지 않고 순환하면서 용으로 또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준비를 합니다.
그렇게 바람을 따라 흐르다가 어느 순간 하늘(白)이 개벽하고, 비옥한 땅(發)이 됩니다. 그 사이에는 중간적인 존재가 있으니 그것은 곧 사람(中)입니다. 통자(筒子)들은 백룡의 다리로 바퀴 역할을 하고, 삭자(索子)들은 청룡, 곧 땅의 축(軸)을 지탱합니다. 언젠가 붉은 용이 될 만자(萬子)들은 인간 군상의 다양한 삶의 굴곡을 표현합니다.
마작에 들어가는 것을 ‘입국(入局, 루쥐, rù//jú)’이라고 합니다. 마작은 입국에서 대국이 시작되기까지의 과정이 바둑, 장기, 체스 등 다른 종목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1970년대에 반자동 마작 전용 탁자에 이어 1980년대에 전자동 마작 탁자가 개발되어 마작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없으면 없는 대로 오늘도 萬子들은 열심히 마작 세계를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입국에서 정식 대국이 시작되는 東家의 첫 타패까지 다음과 같은 세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❶ 동가(東家) 등 자리 정하기
마작은 한 탁자에서 최소 2명, 최대 5~6명까지 할 수 있지만 4명이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고 재미도 있습니다. 4명이 임의대로 자리를 잡고 우선 가동(假東)을 결정해야 합니다. 가동은 임시 東이라는 뜻으로, 동은 마작에서 선(先)을 의미합니다. 가동을 결정하고 정식으로 자리를 결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오래된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4명 중 제일 연장자가 주사위 2개를 던집니다. 나온 숫자들의 합계만큼, 주사위를 던진 사람(1)부터 시작해 반시계 방향으로 수를 셉니다. 그 사람이 가동(假東)이 됩니다. 아래 그림은 A가 주사위 2개를 던져 합이 5가 나와 A가 가동이 된 것입니다.(합계가 괄호 안의 숫자가 나오면 가동이 됩니다.) A를 기준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각각 임시로 남가, 서가, 북가가 됩니다.

가동 A는 방향패 東南西北 패 하나씩을 자신의 앞쪽으로 가져와 안 보이게 잘 섞고, 이들을 엎어서 일렬로 배열합니다. 이어 이 패들 양쪽 끝에 수패 홀수 패와 짝수 패 하나씩을 가져와 모두가 볼 수 있게 놓습니다. 어느 종류의 수패도 상관없습니다. 이 패들은 꼭 공개해야 합니다.

여섯 개의 패들을 배열한 후 가동이 다시 주사위 2개를 던집니다. 전과 동일하게 나온 숫자들의 합계만큼, 주사위를 던진 사람(1)부터 시작해 반시계 방향으로 수를 셉니다. 위의 그림을 다시 참고하기 바랍니다.
합계가 10이 나왔다면 주사위가 가리킨 사람은 B가 됩니다. B는 주사위의 합계가 홀수인 경우 가동 앞에 나열된 6개의 패들 중에서 홀수 옆의 방향패를, 합계가 짝수인 경우 짝수 옆의 방향패를 가지고 옵니다. 10은 짝수이기 때문에 짝수 패 옆에 있는 방향패를 가지고 오면 됩니다.
이후 시계 반대 방향으로 즉 C, D, A 순서로 짝수 쪽에 있는 패들을 차례로 가지고 옵니다. 마지막으로 A는 홀수 패 옆에 있는 방향패를 가지고 오면 됩니다. 각자가 고른 그 방향패가 자신의 자리가 됩니다. 東 패를 고른 사람은 그대로 앉아있고 東家를 기준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南, 西, 北이 각각 자리를 잡으면 됩니다.
이로써 ‘동가(東家, 둥자, dōng‧jiā)’를 비롯해 반시계 방향으로 각각 ‘남가(南家, 난자, nán jiā)’, ‘서가(西家, 시자, xījiā)’, ‘북가(北家, 베이자, bĕi jiā)’가 결정됐습니다. 이들을 각각 ‘동풍(東風, 둥펑, dōngfēng)’, ‘남풍(南風’, 난펑, nánfēng), ‘서풍(西風, 시펑, xīfēng)’, ‘북풍(北風, 베이펑, běifēng)’이라고도 합니다.
다소 번잡한 이러한 동가 정하기는 단 한 번으로 끝이 나고 당일에는 다시 되풀이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확정된 최초의 東을 ‘진동(眞東)’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주로 ‘기가(起家, 치자, qǐ//jiā)’, ‘기장(起莊, 치좡, qǐzhuāng)’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자리 배치는 항구적인 것이 아니라 첫 1국에 국한됩니다. 다만 동가가 승리하거나 무승부 시 동가의 자리는 유지되지만 타가들이 승리할 시 동가의 위치는 반시계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즉 1국의 남가가 2국의 동가가 되고 반시계 방향으로 각각 남가, 서가, 북가가 됩니다. 1국의 동가는 북가가 됩니다. 이러한 순환은 그날의 대국이 끝날 때까지 계속됩니다.
이처럼 자리가 결정됐다는 것은 동시에 각자의 방향과 바람이 결정됐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본인의 바람을 자풍(自風), 타가들의 바람을 통틀어 ‘객풍(客風)’이라고 합니다. 바람의 방향이 중요한 것은 각자의 방향패를 3개 또는 4개 소유한 경우 ‘자풍패(自風牌)’로 손쉽게 1판 약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南家가 南 패 3개를 손패로 가지고 있거나 펑 또는 깡을 해서 南 패를 3개 또는 4개를 획득한 경우입니다. 본인뿐만 아니라 타가들의 바람도 역시 그들의 약이 되기 때문에 모든 바람을 항상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타가들의 자풍패가 될 수 있는 패들을 버릴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동가를 결정하는 두 번째 방법은 4개의 방향패와 삼원패 중 하나를 같이 사용하는 것입니다. 제일 연장자가 동남서북 방향패와 白 패 등 다섯 패를 안 보이게 잘 섞습니다. 다음에 주사위 2개를 던집니다. 주사위가 나온 숫자만큼 역시 반시계 방향으로 수를 세 가동이 누구인지 확인합니다.
가동부터 원하는 패를 무작위로 하나씩 가져옵니다. 전체 패가 다섯 개라 한 패가 남게 됩니다. 패들을 공개한 후 東 패를 가진 사람이 동가가 되고 白 패를 가진 사람의 자리에 앉습니다. 만약 누구도 白 패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東 패를 가진 사람은 그대로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각자가 가진 방향패에 따라 자리에 앉으면 됩니다.
위의 두 가지 방법이 번거롭다면 다음과 같은 간단한 방법으로 가동(假東)을 결정해도 됩니다. 첫째, 제일 연장자나 연소자가 가동이 된다. 둘째, 주사위를 한 번씩 던져 가장 높은(또는 낮은) 수가 나온 사람이 가동이 된다. 셋째, 東, 南, 西, 北 패 1개씩 또는 2개씩을 뒤집은 후 안 보이게 잘 섞고 하나씩 패를 선택해 東을 고른 사람이 가동이 된다.
❷ 패 섞기 및 패산 쌓기
동가를 비롯한 4명 모두의 자리, 즉 방향이 정해지면 이제 드디어 패산(牌山)을 쌓아야 합니다. 먼저 모든 패를 안 보이게 뒤집고 골고루 섞어줍니다. 원칙은 4명이 한꺼번에 해야 하지만 다소 복잡하니 두 사람씩 돌아가면서 몇 번 되풀이 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패를 뒤집는 것을 ‘개패(蓋牌)’라고 하고 섞는 것을 씻을 ‘세’ 자를 써서 세패(洗牌, 시파이, xǐ//pái)라고 합니다. 이때 좀 소음이 나기도 하는데 이게 참새들이 짹짹거리는 것 같다는 바로 그 소리입니다. 밤에는 이 소리가 멀리까지 가기도 하니 이웃들을 위해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드러운 천을 깔면 소음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세패 후에는 첩패(疊牌), 즉 패를 쌓아야 합니다. 패 쌓기의 핵심은 꽃패 8개 포함, 전체 144개의 패를 4명이 공평하게 나누어 쌓는다는 것입니다. 144개의 패를 4로 나누면 36이 됩니다. 이를 2단 18줄로 각자 앞에 쌓고 패산 네 개를 정사각형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패 쌓기의 원칙입니다. 이를 한자로 ‘상하 2장, 상첩 18당(上下2張 相疊18幢)’이라고 합니다.
패를 상하 2단으로 쌓은 것을 ‘당(幢, 좡, zhuàng)’ 또는 ‘돈(墩, 둔 dūn)’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Stack’이라고 합니다. 만약 패들이 너무 크거나 탁자의 공간이 좁은 경우 각자의 패산 기울기를 오른쪽으로 약 15도 정도 올리면 이 문제를 다소 해결할 수 있습니다.
패를 쌓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쉬운 방법(666 방식)을 소개합니다. 이때 패척이 있으면 편한데, 없을 경우 탁자의 테두리를 지지대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패가 크고 수량이 많아 처음엔 어설프지만 여러 번 반복하면 익숙해집니다.
- 양손을 사용해 3개씩 6개의 패를 가져와 본인 테이블 앞쪽 턱 가운데에 기대어 일렬로 놓는다.(6개)
- 다시 양손에 3개씩 패를 가져와 기존 6개 패 좌우에 놓는다.(12개)
- 다시 위 2의 행동을 되풀이 한다.(18개)
- 양손 새끼손가락으로 패들의 양쪽을 지지하고 양손 엄지와 검지로 고리 모양을 만들어 패들을 살짝 잡으면서 중심을 잡는다. 동시에 패들의 중심 쪽으로 가볍게 힘을 주고 밀면서 패들을 조심스럽게 앞으로 옮긴다.
- 다시 1부터 3까지의 행동을 되풀이한다.(18개)
- 이 패들을 4번처럼 매우 조심스럽게 들어 앞에 있는 18개의 패들 위에 포갠다.(2단 18줄)

이 과정에서 패가 실수로 단 1개라도 공개되면 다시 패산을 쌓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친구 사이에서는 융통성을 발휘해도 됩니다. 지금은 마치 냉장고 문을 연다. 코끼리를 넣는다. 냉장고 문을 닫는다…와 같이 들리겠지만 여러 번 반복하면 저절로 요령이 생깁니다.
우여곡절 끝에 패산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패산은 가급적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정사각형 모양의 패산 전체를 ‘정(井, 징, jǐng)’이라고 하고 그 가운데 바닥을 강을 뜻하는 ‘하(河, 허, hé)’라고 합니다. 하에 패를 버리는 것을 ‘타패(打牌, 다파이, dǎ//pái)’, 패산은 ‘벽패(壁牌, 비파이, bìpái)’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Wall’입니다.
패산 중에서 본인이 직접 쌓은 패산을 ‘섬돌패’라고 합니다. 섬돌패는 본인의 손패가 아닙니다. 섬돌패와 각 대국자 사이에는 본인의 손패를 놓을 적당한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제 각자의 패를 가져가는 바야흐로 대국 전 마지막 과정인 ‘배패(配牌)’만 남아 있습니다.

마치며
제8강에서는 상해마작의 독특한 왕패 규정을 소개합니다. 이제부터는 16개의 왕패를 사용해서 대국을 즐기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