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마작 배우기 #16


상해마작 제16강 <현대 상해마작의 특징>



클래식 마작과의 단절 혹은 진화


세계의 모든 마작은 상해마작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만 약(約)의 하위 개념인 분수(分數) 도입, 약(約) 2배수 곱하기 등 유일무이한 점수 계산 방법, 패자 사이의 정산, 16개의 왕패 사용 등 독특한 상해마작의 일부 규정들은 현재 중국에서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입니다. 그러나 ‘원조 마작’ 또는 ‘클래식 마작’이라는 칭호를 받던 과거 상해마작의 흔적은 유럽, 미국, 일본 등의 마작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다수의 중국인들이 상해마작의 점수 계산 방법을 처음부터 부담스럽게 느꼈기 때문이라고 판단됩니다. 나머지 규정들의 경우 대국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다시 말해 1판이라도 상해마작을 더 즐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략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상해마작이 현재 어떻게 변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물론 현재 중국에는 국표마장 외 여타 마작에 대한 통일안이 없기 때문에 상해를 포함한 남경, 항주, 영파 등 중국 동부 지역에서 통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규칙을 소개합니다. 별도로 언급하지 않는 부분은 앞에서 서술한 상해 클래식 마작의 규정을 따르면 됩니다.


○ 화패(花牌) 미사용

현대 상해마작에서는 꽃패를 아예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음 강인 ‘현대 상해마작의 약’에서 다루겠지만 기본적으로 상해마작은 화료시 판수가 너무 높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한 방편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꽃패와 관련된 약 자체가 없고 사용하는 전체 패의 숫자는 화패 8개를 제외한 136개입니다. 다만 극히 일부 지역에서 보너스 점수용으로 꽃패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 패산 쌓기

꽃패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144개의 패에 적용되는 ‘상하 2장, 상첩 18당(上下2張 相疊18幢)’ 대신 136개의 패를 ‘상하 2장, 상첩 17당(上下2張 相疊17幢)’으로 쌓아야 합니다. 즉, 각자 2단 17줄로 자신의 앞에 패산(섬돌패)을 쌓아 4명이 총 4개의 패산을 만들면 됩니다.


○ 14개의 왕패(王牌) 사용 여부

상해마작을 포함한 현대 중국 마작은 왕패를 사용하지 않고 패산을 전부 소진할 때까지 대국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상해마작의 경우 최근 16개가 아닌 14개의 왕패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사전에 합의하는 경우 왕패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왕패를 사용하는 경우 확률상 무승부가 증가하고 화료 점수가 낮아집니다.
왕패는 정상적으로 쯔모하는 패들의 반대편, 즉 영상패를 가져오는 패산의 끝에 있는 2단 7줄 14개의 패를 지칭합니다. 왕패 규정을 도입하면 깡이 발생할 때마다 8번째 상단 패부터 추가로 왕패를 보충해 항상 14개의 패를 끝까지 유지해야 합니다.
왕패는 쯔모로 가져올 수 없기 때문에 14개의 왕패가 남은 순간 그 대국은 자동적으로 유국이 됩니다. 이 경우 윤장(輪莊)이 적용돼 동가(東家)의 위치가 오른쪽으로 이동됩니다.


○ 출패(出牌) 시의 매너 및 ‘외십삼요(外十三么)’ 인정

바닥, 즉 하(河)의 어느 곳이나 자유롭게 패를 버리던 과거와는 달리 21세기 상해마작은 버리는 패를 가지런히 배열하는 것이 어느덧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습니다. 아울러 버리는 패 14개로 최상위 약인 ‘십삼요(十三么)’를 변형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일본의 리치마작에 있는 ‘유국만관’과 같은 개념입니다.
십삼요는 모든 패가 서로 다른 노두패와 자패, 즉 모든 종류의 1, 9 수패와 자패로 이루어진 최고의 난이도를 가진 약 중의 하나를 말합니다. 유명한 ‘국사무쌍(國士無雙)’이라는 별칭을 가진 바로 그 약입니다.
다만 십삼요와는 달리 한 사람이 처음부터 연속적으로 14개의 서로 다른 요구패를 버린 경우에만 성립하기 때문에 이를 정상적인 ‘십삼요’와 구분해 ‘외십삼요(外十三么, 와이 스싼야오, wài shísānyāo)’라고 합니다. 손패로 어느 패를 갖고 있어도 화료로 인정하고 중간에 타가가 이 패들로 츠, 펑/깡 등을 해도 외십삼요가 성립됩니다. 외심삽요는 쯔모허로 인정합니다.

○ 문전(門前, 먼첸) 상태에서의 쯔모허 및 룽허 판수 세분화

마작의 약은 기본적으로 확률을 토대로 합리적으로 그 판수가 정해졌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같은 화료지만 먼첸 상태에서 룽허에 비해 쯔모허 확률이 상대적으로 몇 배 이상 낮은 것이 분명한 사실인데 그 판수가 같다면 그건 불합리한 면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대 상해마작은 먼첸 상태에서의 룽허와 쯔모허의 판수를 다르게 규정했습니다. 따라서 먼첸 상태에서 룽허는 2판, 먼첸 상태에서 쯔모허는 5판의 약으로 각각 정해졌습니다.


○ 4회 이상 부로(副露) 후 화료 시 먼첸(門前) 이상의 고득점 보장

현대 상해마작처럼 화료의 조건으로 5판(5점)의 최저 판수를 적용하는 경우 먼첸 상태를 유지하면서 화료하는 것이 츠, 펑, 깡 등을 한 ‘부로’ 상태에서 화료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부로를 4회 이상 하면서 화료하는 경우 먼첸을 유지한 것처럼 별도의 약이 따로 있습니다.
화료를 용에 비유할 경우 14개의 완성패는 머리와 몸 4개 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몸 4개 조합을 모두 츠, 펑/깡으로 만들고 화료하는 것은 생각보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처럼 부로를 4회하고 마지막에 쯔모로 화료할 경우 ‘반구인(半求人)’이라는 7판의 약이 됩니다. 이때 머리에 단치팅이 반드시 동반되기 때문에 2판이 추가됩니다. 반구인은 사실상 패가 모두 공개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4번째 부로를 가능하게 한 사람이 책임지불을 해야 합니다. 이 경우 대사희 등의 책임지불 점수의 4분의 1이 적당합니다.
이와는 약간 다르게 부로를 4회하고 마지막에 타가의 패를 쏘아 화료(룽허)할 경우 ‘전구인(全求人)’이라는 10판의 약이 됩니다. 이 조합은 4개의 몐쯔를 츠 또는 펑/깡으로 만들고 머리를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타가의 패로 마지막 5번째 조합을 만드는 형태입니다. 따라서 단치팅이 반드시 동반되기 때문에 2판이 추가됩니다. 전구인 역시 사실상 패가 모두 공개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4번째 부로를 가능하게 한 사람과 쏘인 사람 둘이 책임지불을 해야 합니다. 이 경우 두 사람 모두 대사희 등의 책임지불 점수의 4분의 1씩이 적당합니다.


○ 1국 점수의 최대한도

현대 상해마작에서 1국 점수의 최대한도는 100판(점) 또는 200판(점) 중에서 하나를 택하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전자를 ‘봉문(封門, 펑먼, fēng//mén)’이라고 하고 후자를 ‘쌍봉문(雙封門, 솽펑먼, shuāng fēng//mén)’이라고 합니다. 보통 봉문으로 결정한 경우 1인당 기본 점수는 1,000점, 쌍봉문으로 결정한 경우 1인당 기본 점수는 2,000점으로 설정합니다.
화료 시 최저 점수와 마찬가지로 사전에 이를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고 최상위 역들이 중복되도 합의한 점수 이상은 지불하지 않습니다. 영어로 1국의 최대한도는 ‘The Limited hand’라고 합니다.


○ 점수 지불 방법

현대 상해마작에서 점수와 판수는 동일한 개념입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모든 약의 판수를 더한 점수가 최종 점수가 됩니다. 화료 시 점수 지불 방법은 크게 쯔모허와 룽허의 경우로 구분됩니다. 대국을 시작하기 전에 이 부분 역시 합의해야 합니다.
쯔모허의 경우 승자의 총 점수만큼 나머지 세 사람이 승자에게 이 점수를 모두 지불하면 됩니다. 총 점수가 50점인 경우 각각 50점씩을 지불하면 됩니다. 따라서 승자는 150점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룽허의 경우 다음의 세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됩니다. 이 중에서 가장 빈도수가 높은 것은 1번입니다. 승자의 총 점수는 50점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1. 승자의 올림패를 버린 사람이 승자의 총 점수를 지불한다. 이 경우 50점.
  2. 승자의 올림패를 버린 사람이 승자의 총 점수의 두 배를 지불한다. 즉, 50점의 2배인 100점.
  3. 일단, 승자의 올림패를 버린 사람이 승자의 총 점수를 지급한다. 이 경우 50점. 아울러 나머지 두 사람도 승자의 총 점수의 50%를 지불한다. 이 경우 각각 25점. 따라서 승자의 총 점수는 100점이 된다.


최저 화료 판수 도입 – 5판 마작


과거 상해마작은 약이 없어도 화료가 가능한 ‘무판마작(0점 마작)’이었지만 현재 상해마작은 최저 5점의 약을 만들어야 화료가 가능한 5판 마작이 대세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만 5판 마작은 화료가 쉽지 않기 때문에 초보자들의 경우 3판 마작을 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최저 판수를 영어로는 ‘Basic Score’라고 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3작마작은 2판(양판, 2점), 일본의 리치마작은 1판(1점), 중국의 국표마작은 8판(8점)의 약을 만들어야 화료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최저 판수는 1개의 높은 약으로 단번에 기준을 충족해도 되고, 몇 개의 약을 합해 필요한 판수를 채워도 됩니다.
현대 상해마작은 5판의 점수가 있어야 화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3개의 약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너무 공격적으로 츠 또는 펑/깡을 하지 말고 최소 2판을 확보할 수 있는 먼첸을 유지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매우 유리합니다. 다시 말해 삼원패, 자풍패(自風牌), 장풍패(場風牌) 등 번패로 확실하게 5판을 만들 수 없는 경우 츠 또는 펑/깡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 상대적으로 확률이 높은 2판 약들 중에서 중복이 가능한 약들을 노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자세입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먼첸 상태에서 타가의 패를 쏘아서 단요구와 핑허를 동시에 만들어 6판으로 화료(룽허)하는 것입니다. 2판을 확보해야 하는 우리나라 3작마작에서 화료의 확률이 가장 높은 1판의 약(역)들인 ‘먼단핑(먼첸, 단요구, 핑허)’을 주문처럼 외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물론 먼첸 상태에서 쯔모로 화료하면 ‘문전청 자모화(門前淸 自摸和)로 간단하게 최소 5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문전청 자모화는 ‘불구인(不求人)’이라고도 합니다.


현대 상해마작은 최저 1판에서 최고 100판까지 다양한 약들이 있습니다. 상해마작에서 번(番, 판, fān)과 점수는 동일한 개념입니다. 즉, 50판과 50점은 같은 의미입니다.
아울러 과거 최상위 5판의 약들을 지칭하던 ‘만관(滿貫/滿款, 만관, mǎnguàn)’이란 용어는 현재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최상위 약들은 100판에 해당하는 ‘봉문(封門, 펑먼, fēng//mén)’이란 호칭으로 부릅니다. ‘봉’이라는 한자는 “봉쇄(封鎖)한다.”는 뜻으로 ‘봉문’은 “문을 아예 닫는다.” 또는 “문파(門派)를 폐쇄한다.‘는 뜻입니다. 명칭 자체에서 그 권위가 느껴지는, 조합하기 대단히 어려운 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이 강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상해마작은 클래식 마작으로 인정받는 과거 상해마작과는 전혀 다른 마작으로 변모했습니다. 다음 강에서는 현대 상해마작의 각종 약(約)들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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