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작 배우기 #5


역(役)을 만들기 위한 마지막 단계, 팅파이(聴牌)


‘팅파이’ 또는 ‘텐파이’는 본인이 소유한 13개의 패가 역을 완성하기 직전의 단계, 즉 조건에 맞는 패 하나만 획득하면 역을 만들 수 있는 상태를 지칭합니다. 마작은 팅파이를 반드시 만들어야 다음 단계인 역도 만들 수 있습니다.
팅파이는 ‘팅’, 또는 ‘텐’이라고 짧게 호칭하기도 하는데 영어로는 ‘Calling’입니다. 일본 마작에서는 팅파이를 만들지 못한 상태를 ‘노텐(No 텐파이)’이라고 줄여서 표현합니다.

아래 그림은 멘젠 상태에서 팅파이를 만든 경우입니다. 發 패 또는 中 패를 쯔모하면 역을 완성하면서 마작의 한 국(판)이 종료됩니다.

한편 팅파이가 되기 위해 필요한 패의 개수를 표현할 때 ‘샹팅(向聴)’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1개의 패가 필요하면 1샹팅, 2개의 패가 필요하면 2샹팅 등으로 표현하면 됩니다. 중국어로는 수패를 호칭하듯이 ‘이샹팅’, ‘량샹팅’ 등으로 호칭하면 됩니다. 일본어 역시 수패를 호칭하듯이 ‘이샨텐, ‘량샨텐’ 등으로 호칭하면 됩니다.

팅파이 상태에서 화료하기 위해 필요한 올림패는 최소 1개부터 최대 9개까지 있을 수 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 마작의 경우 최대 13개의 올림패가 가능합니다. 마작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올림패의 숫자가 많은 팅파이를 만들어야 합니다.
팅파이 상태를 쉽게 ‘방’이라고도 표현합니다. 한 종류의 패를 획득하면 화료할 수 있는 팅파이를 ‘한자 방’ 또는 ‘외자 방’, 두 종류의 패를 획득하면 화료할 수 있는 팅파이를 ‘두자 방’, 세 종류의 패를 획득하면 화료할 수 있는 텐파이를 ‘세자 방’ 등으로 표현합니다.
또한 ‘기다림’, ‘대기(待機)’ 등의 용어를 사용해 ‘단기 기다림’, ‘양면 기다림’, ‘삼면 기다림’ 등으로도 표현하고 , ‘단기 대기’, ‘양면 대기’, ‘삼면 대기’ 등이라고도 합니다.
팅파이 중에서 화료할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낮은 ‘외자 방’은 세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변짱’, ‘간짱’, ‘단기팅’ 등이 그것입니다.


❶ 변짱(邊聽)

변짱은 ‘변짱 팅’ 또는 ‘변짜 방’이라고 합니다. 팅파이를 만든 상태인데 ‘1 2’ 또는 ‘8 9’ 등 2가지 형태의 수패 중 하나를 들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각각 3 또는 7 외에는 올림패가 없습니다. 이와 같은 형태로 올림패의 종류가 하나밖에 없는 것을 변짱이라고 합니다. 생패라고 해도 올림패가 최대 1종, 4개뿐이라 화료의 확률이 가장 낮은 팅파이입니다. 영어는 ‘Edge type of wait’라고 합니다.
아래의 그림들은 변짱의 예들입니다. 변짱 방의 경우 3만, 7만 또는 3통, 7통 외의 패로는 화료할 수 없습니다.

❷ 간짱(間聽)

간짱은 ‘간짱 팅’ 또는 ‘간짜 방’이라고 합니다. 팅파이를 만든 상태인데 ‘1 3’, ‘2 4’, ‘3 5’, ‘4 6’, ‘5 7’, ‘6 8’, ‘7 9’ 등 7가지 형태의 수패 중 하나를 들고 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한 종류의 숫자 외에는 올림패가 없습니다.
이와 같이 숫자 사이가 비어 있는 형태로 올림패의 종류가 하나밖에 없는 것을 간짱이라고 합니다. 생패라고 해도 올림패가 최대 1종, 4개 뿐이라 화료의 확률이 가장 낮은 팅파이입니다. 영어는 ‘Closed type of wait’로 부릅니다.
아래의 그림들은 간짱의 예들입니다. 간짱 방의 경우 1, 9 수패는 절대로 올림패가 될 수 없고 중장패만 가능합니다.

❸ 단기팅(單騎聽)

단기팅은 ‘머리잡기 방’이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팅파이를 만들었는데 머리를 못 만든 경우를 말합니다. 영어는 ‘Single type of wait’로 표현합니다.
단기팅은 간짱이나 변짱과 비교했을 때 화료할 수 있는 확률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화료할 수 있는 패가 한 종류에 불과한 건 마찬가지인데 손패에 이미 올림패를 하나 갖고 있어 올림패가 최대 3개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간짱과 변짱은 그나마 최대 올림패가 4개입니다.
이런 이유로 단기팅 상태에서는 바닥(河)의 버려진 패들 중에 올림패가 단 1개만 보여도 사패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발 빠르게 패를 바꾸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섣부르게 패를 버릴 경우 타가의 올림패를 버릴 수도 있으니 후반전인 경우는 팅파이를 허물고 안전한 패를 버리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마작 1국을 할 때 4명 모두 공평하게 13회의 쯔모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펑과 깡이 있기 때문에 한두 번의 쯔모 기회가 더 올 수도 있고, 반대로 더 적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쯔모 횟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변짱, 간짱 등 외자 방보다는 양자 방 이상의 팅파이를 만드는 것이 승리의 지름길입니다. 10번째 쯔모 이후에도 팅파이를 만들지 못했다면 그 판은 이기기를 포기하고 론을 당하지 않거나 무승부를 노리는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화료(和了)의 두 가지 방법 – 쯔모, 론


팅파이 상태에서 필요한 패를 획득해서 역을 완성하는 것을 ‘화료(和了)’라고 합니다. 중국 마작은 ‘후(和)’, ‘허(和)’, ‘후러(和了)’ 또는 ‘훌러(和了)’라고 합니다. ‘훌러’라는 단어를 통해 서양에서 오래 전부터 인기가 있는 플레잉 카드의 한 종류인 ‘훌라’가 마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 마작은 ‘허(和)’, ‘호(和)’, ‘호라(和了)’라고 하고 영어로는 ‘Mahjong’ 또는 ‘Win’입니다.
화료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 패산에서 패를 가져와 역을 완성하는 ‘쯔모’와 타가가 버린 패를 가져와 역을 완성하는 ‘론’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기에서 쯔모는 패를 가져온다는 그 쯔모와 같은 말입니다. 화료의 순간 쯔모인지 론인지 확실하게 밝히고 전체 패를 타가들에게 공개하면 됩니다.
뒤에서 역에 대해 자세히 다루겠지만 한국마작은 최소 2점(2판) 이상의 역을 ‘꼭’ 만들어야 화료를 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멘젠 상태를 유지한 경우 멘젠 자체가 1점 역이고, 멘젠 상태에서 쯔모로 화료하는 경우 역시 1점 역이기 때문에 합해서 2점으로 화료가 가능합니다.
이것이 한국마작에서 가장 만들기 쉬운 역이면서 동시에 상당히 높은 확률로 화료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멘젠이 아닌 경우 쯔모는 역이 아니기 때문에 1점을 얻을 수 없습니다.
반면 멘젠 상태에서 타가가 버린 패로 역을 완성했다고 론을 바로 선언했는데 화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칙을 저지른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론은 1점 역인 쯔모와는 다르게 역이 아니라 점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멘젠 점수 1점 외에 다른 역이 없으면 화료를 할 수 없습니다. 참고로 마작에서는 반칙을 ‘점프’, ‘촌보’, ‘앙천(仰天)’ 등으로 호칭합니다.
또한 펑이나 깡을 해서 멘젠이 깨진 상태에서는 쯔모로 14개의 조합을 완성했어도 2점에 해당하는 다른 역이 없으면 역시 반칙을 저지른 것이 됩니다. 멘젠 점수도 없고 멘젠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쯔모 역시 역이 아니라 점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점프에 대한 벌칙을 미리 규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 한국마작의 기본 점수(판수)
마작의 기본 역은 최소 1점(1판)부터 시작됩니다. 1점 역이 만들기 쉽기 때문에 종류가 가장 많고, 점수가 높아질수록 역을 만드는 난이도가 높아져 종류가 점점 적어집니다. 최대 점수는 나라마다 다른데 한국마작은 24점, 일본 리치마작은 13점, 중국 국표마작은 88점입니다. 화료 시 이러한 기본 점수에 보너스 격으로 꽃패 등 여러 부가 점수들이 더해집니다.
마작에서 화료하기 위해서는 최소 점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국마작은 2점, 일본 리치마작은 1점, 중국 국표마작은 8점입니다. 한국마작의 경우 1점 역밖에 안 되는데 착각해서 화료를 선언하는 경우가 특히 많습니다.
기본 점수로 최소 2점 이상을 확보해야 화료로 인정하는 ‘양판 마작(2점 마작)’이 한국마작의 원칙입니다. 수준이 매우 높은 3점 마작(삼판 마작)을 즐기는 분들도 많습니다. 3점은 기본 점수가 3점이라는 뜻입니다. 다만 초보자들의 경우 역이 없어도 머리와 4개 조의 멘쯔만 만들어도 되는 무판 마작부터 시작하는 것도 마작을 익히는 좋은 방법입니다. 1점 마작도 무판 마작에 속합니다.



❶ 쯔모(自摸) 화료

‘쯔모 화료’는 팅파이 상태에서 자신이 쯔모한 패로 하나 또는 하나 이상의 역을 완성하는 것, 즉 츠모로 화료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보통은 ‘쯔모’라고 하는데 “왔다.”, “났다.”, “올랐다.” 등 동사로 표현하기도 하고 ‘自摸和’, ‘쯔모오름’, ‘오름’, ‘올라’ 등 명사로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펑이나 깡을 하지 않은 멘젠 상태에서 쯔모로 화료한 경우를 ‘멘젠 쯔모(門前淸 自摸和)’라고 합니다. 다른 역이 없어도 멘젠 1점, 멘젠 쯔모 1점으로 기본 점수 2점이 됩니다. 펑이나 깡을 했어도 2점 이상이면 당연히 쯔모로 화료할 수 있습니다.
쯔모는 중국어로는 ‘自摸和’라고 쓰고 ‘쯔모허’ ‘또는 ‘쯔모후’라고 발음합니다. 일본어로는 ‘쯔모호’ 또는 ‘쯔모호라’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영어로는 ‘Win by self-drawn’ 또는 ‘Tsumo’라고 합니다.
쯔모로 화료했을 경우 “쯔모”라고 외치면서 쯔모한 패, 즉 ‘오름패’로 오른쪽 바닥을 가볍게 두드린 후 오름패부터 모든 패를 공개하면 됩니다. 이후 정식으로 화료가 됐는지 확인하고 기본 점수(판수)와 부가 점수를 모든 사람이 같이 계산합니다. 쯔모로 화료한 경우 타가 3인 모두에게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❷ 론(榮) 화료

‘론 화료’는 타가가 버린 패로 역을 만들면서 화료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론 화료를 하기 위해서는 론 자체가 역이 아니기 때문에 멘젠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도 반드시 다른 역이 필요합니다. 한국마작에서 론 화료를 하기 위해서는 멘젠일 때는 1점, 멘젠이 깨진 상태일 때는 2점의 역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론 화료는 ‘론’, ‘직격(直撃)’, ‘방총(放銃)’, ‘쏘아’ 등으로도 부릅니다. 단 론을 한 경우와 론을 당한 경우를 각각 능동형과 수동형으로 구분해서 표현해야 합니다. 전자는 “쐈다.”, “쏘았다.”, “직격했다.”, “방총했다.” 등으로, 후자는 “쏘였다.”, “직격 당했다.”, “방총 당했다.” 등으로 표현합니다.
론 화료는 중국어로 ‘룽(荣)’, ‘룽후(荣和)’, ‘룽허(荣和)’ 등으로 부릅니다. 일본어로는 ‘직격(直撃)’, ‘방총(放銃)’, ‘론호’, ‘데아가리’, ‘후리코미’ 등이라고 호칭합니다. 영어로는 ‘Ron’, 또는 ‘Mahjong on a discard’라고 합니다.
론으로 화료했을 경우 “론”이라고 외치면서 타가가 버린 패, 즉 ‘오름패’를 가져와 자신의 패 앞에 내려놓은 후 모든 패를 공개하면 됩니다. 이후 정식으로 화료가 됐는지 확인하고 기본 점수(판수)와 부가 점수를 모든 사람이 같이 계산합니다. 론으로 화료한 경우 오름패를 버린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높은 점수의 역을 자주 만드는 사람들보다 타가로부터 론을 쉽게 당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실은 마작의 ‘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타가에게 론을 당하지 않는 ‘안전패’를 대국의 흐름에 따라 빠르게 파악해야 합니다.
자패의 경우 자가 또는 타가가 펑을 했다면 나머지 한 패는 100% 안전패가 됩니다. 수패 중에서 어느 한 종류의 패가 펑이 없고 바닥(河)에 버려린 패가 하나도 없는데 자신의 손패에 한 개가 있을 경우 이 패는 론을 당할 위험이 높은 ‘생패(生敗)’일 확률이 높습니다. 5회 이상 순번이 돌았을 경우 그 확률은 점점 100%에 가까워집니다.


  • 펑, 깡, 론의 우선 순위
東바람이 패를 버렸는데 이 패가 南바람에게는 펑이 되고, 동시에 北바람에게는 론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경우 순서는 펑이 먼저지만 우선 순위는 론에게 있습니다. 북바람의 론으로 그 대국은 종료됩니다. 참고로 같은 패가 4개 뿐이라 펑과 깡은 두 사람에게 동시에 발생할 수 없습니다.
東바람이 수패를 버렸는데 이 패가 南바람과 北바람 둘 모두의 오름패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순서가 앞서는 南바람의 권리를 인정해 南바람의 론으로 그 대국이 종료됩니다. 다만 미리 합의를 한 경우 두 사람 모두 화료가 되는 ‘동시 론’을 인정합니다.



마치며


팅파이와 화료의 두 가지 방법을 이제 알게 됐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실전의 첫 단계인 패를 쌓고, 각자 패를 가져오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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