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작 배우기 #1


8282 문화가 접목된 한국마작


마작(麻雀)은 종주국인 중국에서는 ‘마장(麻將)’이라고 쓰고 ‘마쟝’이라고 발음합니다. 영어로는 ‘마장’(Mahjong)입니다. 일본은 우리처럼 주로 마작이라고 호칭합니다.
싱가폴, 대만, 중국 광동지방에서는 麻將 대신 여전히 麻雀이라고 표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를 ‘마츄에’라고 호칭합니다. 마작의 한자인 삼 ‘마(麻)’, 참새 ‘작(雀)’에서 알 수 있듯 삼밭에서 참새떼들이 짹짹거리는 소리와 마작 패를 섞는 소리가 비슷하다고 해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마작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전설의 우(禹) 임금 시기인 기원 전 2000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당시 마작의 원형인 패를 사용하는 ‘파림(巴林)’이라는 놀이가 백성들 사이에서 성행했다는 문헌이 존재합니다. 역시 중국을 기원으로 하는 바둑과 발생 시기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원전 6세기, 대 유학자 공자가 마작의 기본 원리를 창안했다는 설도 있고 수호지의 저자인 시내암(施耐庵)이 양산박 108명의 두령을 모티브로 마작의 규칙을 만들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고증되지 않은 중국식 과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명나라 시기에 마작의 기본 형태가 만들어졌고 청나라 때 대체로 규칙이 완성됐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청나라 제10대 황제 목종(穆宗) 시대인 1862년 ~ 1874년 사이 ‘진정약’(陳政鑰)이라는 사람이 골패 등 몇 가지의 중국 전통 놀이를 융합해 마작을 창안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마작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 청나라 때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부터 마작은 중국 사람들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조금 과장하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밤낮없이 마작에 몰두하는 마작 생활화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마작 열풍은 중국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후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등에 마작이 본격적으로 소개되면서 마작은 중국 문화권은 물론 세계적인 보드게임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미국은 1920년 정식으로 마작을 수입해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중국에서 영국을 비롯한 서양으로 백 5십만 개의 마작세트가 합법적인 절차로 또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코끼리 상아, 호랑이·코뿔소 등의 동물 뼈로 만든 마작 패가 상당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불법적인 제품 외에 종이 또는 나무로 만든 저렴한 마작세트도 있고, 황금, 비치, 옥 등 보석으로 제작한 고가의 마작패도 있습니다. 명품으로 유명한 에르메스, 샤넬, 프라다 등 세계적인 회사에서 수작업을 통해 제작한 마작패도 있습니다.
마작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조선시대 후기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규칙이 복잡하고 패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마작은 대중화에 실패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이내 사라졌습니다.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마작이 도입된 것은 몇십 년 후인 일제 강점기 때의 일입니다. 종주국 중국이 아닌 일본에 의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입된 것입니다.


중국, 255번째 체육 종목으로 지정

144개의 패를 사용하는 중국 마작은 보급되기 시작할 때 명확하게 규칙을 정립하지 않아 처음부터 문젯거리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에 따라 사용하는 패의 숫자와 게임 방법 등이 천차만별로 다르게 변형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대표적으로 5대 지역, 즉 북경, 상해, 광동, 사천, 홍콩 등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마작 문화가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게 된 것입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중국 정부는 1998년 중국체육총국을 통해 마작을 자국 내 255번째 체육 종목으로 지정하는 동시에 처음으로 마작 통일안을 제정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중국이 제시한 국내 및 국제 경기용 ‘국표마장(国标麻將)’입니다.
중국 정부는 2002년 국표마장의 규칙으로 ‘세계마작선수권’ 대회를 개최하는 등 국표마장을 국내외에 전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2024년 현재까지도 중국에서조차 확실한 통일안으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반면 일본은 1920년대 중반 중국에서 마작 문화를 들여온 직후 8개의 보너스 패를 아예 없애는 동시에 합리적으로 규칙들을 정립하기 시작하는 등 처음부터 신종 스포츠처럼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규칙을 확정하고 마작을 체계적으로 보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식 원형에 일본식 세밀함이 가미된 이 새로운 마작은 1950년 대 초반 ‘리치마작’이라는 형태로 완성됩니다. 리치마작은 일약 신식 놀이문화의 최고봉으로 일본에서 대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 자신의 마작 문화를 적극적으로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리치마작은 등장 직후 중국 마작을 대신해 세계 마작의 표준으로 등극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마작 세계화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현재도 각종 마작 국제대회에서 리치마작이 중국 마작을 제치고 공식적인 마작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바둑의 종주국 역시 중국이지만 바둑의 표준화 및 세계화를 처음으로 이룬 것은 일본이었다는 점과 같은 맥락입니다.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한국마작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여 우리의 문화로 편입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작의 경우도 다르지 않은데 패가 많고 복잡한 마작을 우리 식으로 해석해 새롭게 만들어 낸 것이 ‘3작 마작’으로도 불리는 한국마작입니다.
마작은 4종류의 숫자와 글자로 만들어진 패를 사용하는 4작 마작이 기본입니다. 앞서 말했듯 중국은 144개, 일본은 136개의 패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우리 조상 어느 분 혹은 어느 분들은 이 4종에서 딱 1종을 과감하게 멸문시켜 3종, 104개의 패만 사용하는 한국마작을 탄생시켰습니다. 그야말로 마작의 새로운 신세계가 열린 것입니다. 이후 상류층은 주로 리치마작을, 백성들은 일반적으로 한국마작을 즐기면서 우리나라의 마작 문화는 두 갈래로 나뉘어져 명맥이 유지됩니다.
한국마작의 탄생으로 패의 숫자가 대폭 줄어들면서 중국이나 일본 마작에 비해 규칙이 상대적으로 간결해지고 대국 시간도 줄어들면서 승부가 빨리 결정되는 한층 박진감 넘치는 새로운 장르의 마작이 시작됐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가 마작과 접목된 독특한 형태라 할 수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적은 패로, 가장 빨리 진행되는 독특한 마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바둑처럼 마작을 하는 행동을 ‘대국’이라고 하고 대국의 최소 단위를 ‘국’ 또는 ‘판’이라고 합니다. 마작을 하는 사람 또는 프로 선수는 ‘작사(雀士)’라고 합니다.
4작 마작과 비교해 이 3작 마작이 마작 본연의 특성이 변질되거나 결코 재미가 덜하지 않습니다. 패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쉽게 배울 수 있고 훨씬 속도감 있게 마작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당연히 역(족보)과 점수(판수) 등 마작의 본질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한국마작을 하기 위한 준비물


마작은 비교적 장시간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의자에 앉아서 사각형으로 된 전용 탁자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마작 테이블의 규격은 가로, 세로 75~80㎝, 높이 70~75㎝ 정도면 적당합니다. 여기에 시중에서 판매하는 마작 한 세트만 있으면 모든 준비물이 갖추어진 것입니다.
여유가 있으면 패를 자동으로 쌓고 나누어주는 자동마작 테이블을 구입하는 것도 마작을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중국에서는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 등에서 이 제품을 생각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고 일본에서는 전동마작 전문회사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해외 직구를 통해서만 구매가 가능합니다.
예전에는 국내에서 마작 패를 생산하는 공장들이 몇 군데 있었으나 현재는 저가의 중국 제품에 밀려 생산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일본 제품은 품질이 우수하지만 일반적으로 최소 30만 원 이상의 고가입니다.
일반적인 마작 세트는 4종류의 마작 패, 2개의 주사위, 4종의 점수봉(작은 막대기, ‘각대’라고도 함) 등으로 구성됩니다. 지금은 구하기가 어려운 국산 3작 마작 세트의 경우 한국마작에서 사용하지 않는 한 종류의 패는 애초에 제외되어 있습니다. 점수봉은 1점, 3점, 5점, 8점 등 4종류로 구성되어 있는데 바둑돌로 대체해도 무방합니다.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마작 패의 크기는 나라마다 다소 차이가 있는데 어떤 규격의 패를 선택할 것인가는 개인의 취향에 달린 문제입니다. 중국의 마작 패는 대국적인 중국인들의 기질을 반영해서인지 다른 나라에 비교해 매우 큰 편입니다. 일반적으로 2.8×3.7×2.2㎝(가로 × 세로 × 두께) 규격의 패를 사용하며 이보다 조금 작은 2.3×3.2×1.8㎝ 크기의 패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축소지향적인 일본은 중국에 비해 상당히 작은 규격의 마작 패를 사용하는데 그 정확한 규격은 1.85×2.65×1.55㎝(가로 × 세로 × 두께) 정도입니다. 국산 마작패는 일본 패에 비해 대략 1~2㎜ 정도 크거나 작습니다.
패의 재료는 중국 제품은 플라스틱 수지의 일종인 아크릴(acrylic) 수지를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당구공, 볼링공 등을 만드는 에보나이트(ebonite)로 패를 제작합니다. 패 하나의 무게는 11~15g 정도 됩니다.


마치며


1편에서는 마작의 유래와 한국마작의 특징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2편에서는 마작 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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