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작, 인간이 만든 가장 재미있는 게임


“구련보등 한 번 못 해보고 죽는 것이 한이다.”

이 말은 타이완(臺灣)의 초대 총통 장제스(蔣介石, 1887년~1975년)가 운명하기 직전에 가족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중국 황제에 버금가는 권력을 가졌던 그의 유언이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떠나는 애틋함이나 공산당에 패배해 중국 본토를 등지고 대만으로 쫓겨 난 회한을 표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소 의외가 아닐 수 없다.
구련보등(九蓮寶燈)은 ‘불상 앞에 나란히 달린 9개의 등에 불이 켜져 있다.’는 불교 용어로 높은 깨달음의 경지를 표현하는 말이다. 그럼 장제스가 말한 구련보등은 과연 불교와 연관이 있는 이 구련보등일까? 그렇지 않다. 그가 말한 구련보등은 바로 마작의 최고 높은 ‘역(役)’인 구련보등을 뜻하고 있다.
역이라는 것은 고스톱의 청단·홍단, 포커의 포카드·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 같은 ‘약’이나 ‘족보’를 뜻한다. 즉, 구련보등은 마작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운 패의 조합을 가리킨다. 확률로 따지면 몇천만 분의 1의 확률에 불과한 이론적인 수치를 가지고 있는 조합이다. 장제스는 이 구련보등을 못 해본 것이 평생의 한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마작은 극히 일부의 사람이 즐기는 특수한 게임이지만 시야를 세계로 확장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사실 마작은 바둑보다 훨씬 더 많은 5억 명 이상의 동호인을 가진 세계적인 보드게임이다. 따라서 지구촌의 공통적인 문화로 대접받고 있고 특히 서구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의 예방 수단으로 의사들이 권장할 정도로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마작의 기원 혹은 유래


마작은 한국과 일본에서만 사용하는 명칭이고 중국에서는 마장(麻將)이라고 호칭한다. 영어로는 ‘mahjong’. 마작은 보통 4명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번갈아 가면서 패를 주고받으며 정해진 조합 즉, 역을 빨리 만드는 게임이다. 중국마작의 전체 역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88개 전후이다. 만들기 쉬운 역일 경우 점수(판수)가 낮고 만들기 어려울수록 판수(점수)가 높아진다. 낮은 역으로 한 판의 마작을 빨리 끝내거나 상대방을 견제하면서 높은 판수를 천천히 노려보는 것은 전적으로 각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고스톱이나 포커처럼 운이 판세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이 승패를 결정짓기 때문에 통계나 확률 같은 수학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바로 이점이 마작이 가진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마작에서 사용하는 패는 초기에는 물소 뼈, 코끼리 상아, 코뿔소 뿔, 호랑이 뼈 등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들은 값이 비싸고 구하기가 어려워 대나무 등 일상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들로 점차 대체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당구공을 만드는 특수 플라스틱의 일종인 에보나이트(ebonite)로 만들어진다.
일부 중국의 학자들은 마작의 기원을 지금으로부터 4천 년 전인 BC 2000년 무렵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마작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패를 사용하는 파림(巴林)이라는 놀이가 우(禹) 임금 시대에 기록으로 남아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참고로 우임금은 공자가 입버릇처럼 자주 언급하던 성군인 요(堯)와 순(舜) 바로 다음의 중국 통치자이다.
이 학설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있지만 1620년 경 명나라에서 태동해 18세기 청나라 초기에 내용과 형태가 완성되어 현대에 이르렀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 마작은 이 시기부터 귀족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든 중국인들이 가장 애호하는 놀이로 찬란한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마치 참새 떼가 요란하게 우는 것 같은 마작 패 섞는 소리가 중국 전 지역에서 울려 퍼진 것이다. 그래서 마작(麻雀)의 한자 ‘작’은 ‘참새 작’자를 쓴다.
마작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서민들의 일상으로 빠르게 스며들면서 중국인들의 삶과 불가분의 존재로 승화되었다. 특별히 다른 놀이가 없었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눈만 뜨면 마작을 하고 자기 전까지 여기에 몰입했다. 가장 대중적인 놀이로 마작이 빠르게 자리매김을 한 것입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마작은 1920년대에 접어들면서 일본과 서구로 빠르게 전파되면서 드디어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하게 된다. 1923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마작세트(마작 패, 주사위 등)가 무려 150만 개를 넘었다고 할 정도이다.
하지만 마작의 발상지로서 그 지위가 확고해 보였던 중국의 대표성은 사실상 여기에서 종언을 고한다. 모든 문화는 정점에서 그 쇠퇴기가 시작된다고 하는데 마작도 예외가 아니었다. 청일전쟁의 패배 등 여러 요인으로 국력이 약해지면서 마작 종주국의 바통이 일본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사실상 마작의 종주국, 일본


중국에서 마작이 보급되기 시작되던 초창기부터 사실 마작은 하나의 커다란 모순을 내재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하나의 통일된 규칙이 없었다는 것이다. 보급되는 과정에서 특수한 규칙(로컬 룰)들이 첨가되기 시작하면서 규칙들이 아주 다양해졌기 때문인데 이는 중국의 면적이 광대하다는 것에 상당 부분 원인이 있다. 예를 들면 마작 패는 동일한데 베이징에서 사용하는 규칙과 상하이에서 통용되는 규칙이 서로 달라 해당 지역의 규칙을 따로 배워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사정은 이와 판이하게 달랐다. 1927년 최초의 마작클럽이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부터 일본은 전국적으로 통일된 마작 규칙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 규칙은 보편적인 중국의 규칙을 토대로 섬세한 일본인들의 감각이 더해져 놀이에서 게임으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정확성을 제공했다. 이 일본식 규칙을 특별히 ‘리치마작’이라고 칭한다.
그 결과 일본에서 마작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5천만 명의 동호인을 가진 최대의 보드게임으로 성장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성업 중인 노래방처럼 마작클럽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한때는 몇만 개에 달할 정도의 성황을 이룰 정도였다.
거기다 중국에서는 없던 전국대회를 도입하고 프로 선수들까지 등장하면서 마작은 스포츠처럼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게임으로 그 영역이 확대되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본은 세계를 대상으로 자국의 규칙이 적용된 마작을 보급하기 시작했고 다수의 프로 및 아마추어 세계대회를 개최했다.
일본의 이런 노력은 결실을 맺어 중화권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서 마작의 규칙은 거의 일본식이 국제 규칙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심지어 일본은 자국의 마작 규칙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연히 중국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때 늦은 감이 있지만 중국은 1988년 정부 차원에서 마작을 공식적인 255번째 스포츠 종목으로 지정하고 통일된 마작규칙을 제정해 공포하는 등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는 바둑의 국제용어가 중국어 ‘위기(圍棋)가 아닌 ‘기(碁)’의 일본식 영어인 ‘Go’로 통하고 규칙도 일본식으로 진행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마작의 국제규칙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한 판 승부를 관전하는 것도 마작의 또 다른 재미가 아닐 수 없다.


‘빨리빨리’ 문화가 접목된 한국식 마작


마작의 변두리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도 수십만 명으로 추산되는 동호인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 일부분이 사용하는 규칙이 중국식도 아니고 일본식도 아니라는 점이 이채롭다.
우리나라는 갑오경장(1894년)을 전후해 중국으로부터 마작문화가 수입되었다. 그러나 규칙이 어렵고 게임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약 15분 전후) 보급률이 극히 저조했다. 그 후 1930년을 전후해서 일본식 리치마작이 들어왔지만 이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는 맞지 않아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144개의 패를 사용하는 중국마작, 136개의 패를 사용하는 일본마작이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일본마작이 도입된 비슷한 시기에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선각자가 나타났다. 그는(또는 그들은) 패가 너무 많아 어려운 마작을 너무도 한국적인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무척이나 쉽게 만들었다. 패의 일부를 아예 덜어내 사용하지 않고 104개로 대폭 축소한 한국식 ‘3작마작’을 창안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단순화된 마작은 배우기 쉽고 승부가 빨리 결정돼 우리의 정서에 적합했다. 이러한 3작마작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하는 유일한 마작이다. 이를 통해 우리만의 독창적인 마작문화를 새롭게 개척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오늘, 너무나 한국적인 3작마작을 배워 장제스도 못해 본 구련보등에 한 번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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