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작 배우기 #9


한국마작의 역(役)


한국마작의 점수는 기본 점수(판수)와 부가 점수(판수)로 구분됩니다. 점수와 판수는 같은 뜻입니다. 한국마작은 한 개 또는 두 개의 역으로 기본 점수 2점(양판) 이상의 역을 만들어야 화료가 가능합니다. 부가 점수는 화료했을 때 일정한 조건을 달성하면 받는 보너스 성격의 점수입니다. 따라서 부가 점수는 화료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부가 점수가 아무리 많아도 화료할 수 없습니다.
한국마작은 중국이나 일본 마작에 비해 패의 숫자가 36개나 적어 상대적으로 쉬울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2점의 역을 만드는 것이 그리 녹녹치 않다는 것을 바로 깨닫게 됩니다. 멘젠이 깨진 상태거나 2점을 만들지 못했는데 멘젠 쯔모나 론을 선언해 반칙을 저지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이점만 숙지한다면 사실상 한국마작을 90% 이상 익히고 배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마작의 역과 그 점수는 기본적으로 중국 마작과 일본 마작의 역을 준용해 오랜 세월 동안 자체적으로 체계화된 부산물입니다. 마작의 역은 난이도가 낮으면 점수가 낮고 반대로 난이도가 높으면 점수가 높아지는 극히 상식적인 확률 법칙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마작의 규칙을 주관하는 공식적인 단체가 없고 중국이나 일본처럼 스포츠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지역이나 모임에 따라 역과 점수 체계가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많은 로컬룰이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상대방의 로컬룰도 인정하고 포용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설명하는 기본 역과 부가 역의 점수 체계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실제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절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의 실예라고 보면 됩니다. 시작하기 전에 서로 상의하고 합의를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특히 권풍(圈風)의 경우는 시간제 대국의 경우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입니다. 여기에 핑후의 성립 조건, 칠대작의 점수, ‘부지부 불러’의 존재 여부 등은 논란의 소지가 있으니 사전에 조율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작에서 역은 점수가 높을수록 그 형태가 단순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1점 역들은 화료할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규칙과 패의 조합이 까다로워 익히기가 조금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래의 설명을 한두 번 집중해서 읽어보고 실제 대국을 1시간만 해보면 어렵지 않게 그 요령을 터득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재미있는 한국마작의 역의 세계로 출발합니다.


1. 기본 역의 종류 및 점수(판수)



가. 1점 기본 역


❶ 삼원패(三元牌)
귀족패 또는 고급 자패라고 불리는 삼원패, 즉 白發中 패 중에서 한 종류의 패를 3개 또는 4개 획득한 경우입니다. 손패로 갖고 있어도 되고 펑 또는 깡으로 타가의 패를 갖고 와도 성립합니다. 귀족패는 세 종류이기 때문에 백발중 패 중에서 두 종류를 2패씩 가지고 있다면 펑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영어는 ‘Dragon Pung’으로 호칭합니다.

❷ 장풍패(莊風牌) 및 자풍패(自風牌)
장풍패는 東南西北 방위패 중에서 장(莊) 바람에 해당하는 패를 3개 또는 4개 갖고 있으면 성립하는 역입니다. 동장(東莊) 16국의 장풍패는 東 패입니다. 펑 또는 깡을 해도 성립하는 역입니다. 권풍패(圈風牌)라고도 하고 영어로는 ‘Prevailing wind’ 또는 ‘Prevalent Wind’라고 합니다. 시간을 정하고 하는 한국마작에서는 공식적인 역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규칙입니다.
자풍패는 東南西北 방위패 중에서 자기 바람에 해당하는 패를 3개 또는 4개 갖고 있으면 성립하는 기본 점수 1점 역입니다. 동가(東家)를 기준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東南西北 패가 각자의 자리이자 바람패입니다. 펑 또는 깡을 해도 성립하는 역입니다. ‘문풍패(門風牌)’라고도 하고 영어로는 ‘Seat Wind’로 호칭합니다. 장풍패와는 달리 공식적인 역입니다.


❸ 멘젠(門前)
멘젠은 펑, 깡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쯔모만으로 팅파이(聴牌)를 만든 경우를 말합니다. 화료가 문 앞에 왔다는 뜻입니다. ‘면전(面前)’이라고도 하는데 13개의 패들이 모두 본인을 향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영어로는‘Concealed Hand’라고 합니다.
마작은 기회가 왔을 때 펑이나 깡을 해서 2점으로 빠르게 화료를 할지, 아니면 멘젠 상태를 유지하면서 2점 이상의 높은 역을 노릴지, 양자 택일을 잘해야 승리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만약 초반의 판단이 잘못됐다면 판의 흐름에 따라 작전을 180도 변경하는 등 임기응변에 능해야 합니다.

위의 팅파이는 南 패가 ‘권풍(圈風)’이나 ‘자풍(自風)’이 아닌 경우에도 멘젠으로 1점 역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4통 패나 發 패 중에서 어느 패나 쯔모를 해도 ‘멘젠 쯔모’ 점수 1점이 추가되어 총 2점으로 화료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타가(他家)가 버린 패를 ‘론(쏘아)’을 할 경우는 얘기가 180도 달라집니다. 發 패를 쏠 경우 이 發 패는 삼원패 중 하나라 ‘밍커(明刻)’로 1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2점으로 화료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4통을 쏠 경우 이는 반칙이 됩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멘젠 외에는 다른 기본 점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만 이해를 잘하면 한국마작의 90%는 이미 습득을 한 것입니다. 손패에 2점이 확보되어 있지 않으면 론을 할 때 반칙이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합니다.


❹ 멘젠(門前) 쯔모(自摸)
멘젠 쯔모는 멘젠 상태에서 쯔모로 화료하는 역입니다. 아래 그림처럼 패산에서 東 패를 쯔모해 화료하는 경우입니다. 東 패가 자풍(自風)이 아니라도 멘젠과 쯔모 각 1점, 총 2점으로 화료가 가능합니다. 發 패를 쯔모하면 삼원패 밍커로 기본 점수 1점이 추가됩니다. 멘젠 쯔모는 영어로 ‘Self-Drawn’으로 표기합니다.

위의 그림 같은 경우에도 東 패가 자풍이 아니면 론 화료는 불가능합니다. 멘젠 외 다른 역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타가가 發 패를 버린 경우는 론이 가능합니다. 삼원패 중 하나인 發 밍커라 멘젠 외에 기본 점수 1점을 추가로 획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❺ 탕야오(斷幺)·단요구(斷幺九)
‘당요’, ‘단요’ 등으로도 호칭하는 탕야오는 요구패, 즉 자패 및 1, 9 수패 없이 14개의 패로 구성된 역입니다. 다시 말해 수패 중 2~8까지의 중장패로만 구성된 역으로 영어는 ‘All Simples’입니다. 펑 또는 깡을 해도 성립되는 역입니다. 다만 멘젠 상태에서만 탕야오를 인정하는 로컬룰도 존재하니 참고하기 바랍니다.
1, 9 수패를 ‘노두패’라고 하고 이 노두패와 자패를 통칭해 ‘요구패(幺九牌)’라고 합니다. 탕야오는 이 요구패를 “끊는다.(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한편 마작 동호인 사이에서 유행하는 ‘멘탕핑’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는 멘젠, 탕야오, 핑후를 줄여서 한꺼번에 부르는 말입니다. 이는 멘젠 상태에서 탕야오 혹은 핑허를 노리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화료 방법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조어입니다.


❻ 핑후(平和)·핑허
핑후는 한국마작에서 설명하기 가장 복잡한 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핑후를 이해하면 한국마작의 역을 다 이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전에서 핑후를 한 번이라도 완성하면 초급자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인정할 정도입니다. 영어는 ‘All Chows’라고 합니다.
핑후는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만들 수 있는 난이도가 비교적 높은 역입니다. 그 4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멘젠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2. 4개의 멘쯔(몸)를 모두 슌츠로 만들어야 한다.
  3. 자풍(自風), 장풍(莊風), 삼원패는 머리로 사용할 수 없다.
  4. 올림패가 최소 두 개 이상인 팅파이 상태에서 반드시 타가가 버린 패를 쏘아(론 화료)야 한다.

위의 조건 4가지 중에서 하나라도 위반한 경우 핑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위의 조건 3번의 경우, 시간을 정하고 하는 한국마작에서는 장풍은 머리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기도 합니다. 사전에 협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핑후에서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올림패가 하나 뿐인 변짱, 간짱, 단기팅 등은 핑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한국마작 배우기 #5 참고) 예를 들면 만수패 1萬, 2萬의 팅파이인 경우 올림패가 3만 하나뿐인 변짱이라 핑후가 될 수 없습니다.


마치며


한국마작의 1점(판) 역을 살펴봤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2점 역들과 최상의 난이도를 가진 역들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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