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의 공식 횟수
세상의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마작도 마찬가지인데 시간 또는 횟수로 그 마감 시간을 사전에 정합니다. 형식 면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한국마작은 축구처럼 끝나는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전반전, 쉬는 시간, 후반전… . 이 경우 승리를 한 사람이 다음 국의 東家가 됩니다.
이렇게 시간을 정해놓고 하면 5~6명도 함께 할 수 있다는 부수적인 장점도 있습니다. 번갈아 가면서 쉬고, 쉬는 사람을 대신해 다른 사람이 하고… . 축구의 적절한 선수 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는 다르게 전통적인 마작은 ‘바람자리 대국’이라는 형태로 일반적인 대국의 횟수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바람자리 대국은 1장 4풍전(4라운드) 또는 반장 2풍전(2라운드)으로 구성되는데, 9회를 반드시 치러야 하는 야구처럼 정해진 횟수를 모두 끝내야 합니다. 참고로 한국마작도 바람자리 대국 형식으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일본 리치마작도 시간제 대국을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바람자리 대국은 중국식과 일본식 두 가지가 있습니다. 중국식은 간단한 편이지만 일본식은 상대적으로 좀 복잡합니다. 이런 까닭에 리치마작에 익숙한 서양에서도 공식적인 대국이 아니면 대체로 중국식을 선호합니다. 일부는 한국마작처럼 시간을 정해서 하기도 합니다. 각자 편한 방식으로 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❶ 중국의 한장(一莊) 마작 – 총 16국
중국마작의 1장(莊)은 총 4권(圈)으로 구성됩니다. 각 권은 4국이 있어 4국은 총 16국이 됩니다. 최초의 東家, 즉 진동(眞東)이 결정되고 나머지 南家, 西家, 北家 등의 자리도 확정되면서 ‘동장(東莊)’의 제1권 ‘동풍전(東風戰)’이 시작됩니다. 영어로는 ‘East Round’라고 합니다.
동풍전 1국이 끝난 이후 동풍전 2국부터는 승리 여부에 관계 없이 東家의 위치가 시계 반대 방향, 즉 오른쪽으로 이동합니다. 우리나라 고스톱처럼 선(先)의 위치가 이동한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제1권 동풍전(東風戰) 東家의 이동 방향

이에 따라 동풍전 2국의 東家는 최초의 南家가 되고, 동풍전 3국의 東家는 최초의 西家가 되며, 동풍전 4국의 東家는 최초의 北家가 됩니다. 이렇게 번갈아 가면서 東家를 한 번씩 하면 동풍전 4국이 끝납니다.
마작에서 무승부 또는 반칙 등의 상황이 발생해 그 국이 무효가 되는 것을 ‘유국(流局)’이라고 합니다. 중국 마작은 유국이 발생해도 東家가 다음 순서로 무조건 넘어갑니다. 이것이 일본 리치마작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입니다.
동풍전 4국이 끝나면 바로 ‘남풍전(南風戰)’ 4국이 다시 시작됩니다. 이어 ‘서풍전(西風戰)’ 4국을 거쳐 마지막으로 ‘북풍전(北風戰)’ 4국으로 대국이 끝이 납니다. 총 16국으로 동장(東莊)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입니다. 만약 한 장을 더 할 경우 남장(南莊) 16국이 다시 시작됩니다. 서장(西莊), 북장(北莊)까지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국 일장(一莊) 마작과 일본 반장(半莊) 마작

동풍전에서 남풍전으로 넘어갈 때 공식적인 대국에서는 자리를 서로 바꿔야 합니다. 이때 최초의 진동(眞東) 자리가 그 기준이 됩니다. 서풍전과 북풍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방법은 아래의 그림을 참고하면 됩니다. 다만 친구들끼리 하는 경우는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됩니다.
Round 별 자리 이동

위와 같이 자리(바람)의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항상 ‘장(莊) 바람’과 ‘자기 바람’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방향패 東南西北 패 중에서 같은 종류의 패 3개를 가지고 있으면 장(莊)과 자리(바람)에 따라 ‘장풍패(莊風牌)’와 ‘자풍패(自風牌)’로 기본 점수 각 1점씩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풍패(莊風牌)는 ‘권풍패(圈風牌)’라고도 합니다.
동장(東莊) 16국에서 장바람은 東입니다. 이때는 東 패 3개 또는 4개를 가지고 있으면 장풍(莊風)으로 기본 점수 1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남장, 서장, 북장에서 각각 南, 西, 北 패 3개 또는 4개를 가지고 있으면 권풍(장풍)으로 기본 점수 1점입니다. 손패로 갖고 있거나 펑 또는 깡을 했어도 무조건 인정됩니다.
여기에 장풍에 상관 없이 모든 대국에서 東南西北 방향패 중 자기 바람(자리), 즉 자풍(自風) 패 3개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 이것도 기본 점수 1점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면 西家 자리에서 西 패 3개 이상을 갖고 있는 경우입니다. 손패로 갖고 있거나 펑 또는 깡을 했어도 무조건 1점입니다.
만약 동장에서 東家가 東 패 3개를 갖고 있으면 이것만으로도 기본 점수 2점입니다. 장풍 1점과 자풍 1점이 각각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동장의 ‘연풍(連風)’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Double winds’라고 합니다.
남장(南莊)에서 연풍은 南, 서장(西莊)에서 연풍은 西, 북장(北莊)에서 연풍은 北 패입니다. 각 장에서 딱 1번밖에 기회가 없는 희귀한 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장 마작에서 총 4회, 반장 마작에서 딱 2회의 기회만 있는 역입니다. 이들 연풍을 각각 ‘연동(더블 동)’, ‘연남(더블 남)’, ‘연서(더블 서)’, ‘연북(더블 동)’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총 16국의 동장을 치른 후에는 일단 정산을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한 판의 대국이 끝날 때마다 바둑돌이나 점수봉으로 정산을 해도 되지만 사전에 점수표를 준비해 최종 점수를 계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다음의 표는 점수표의 한 예입니다.
제1장 동장 점수표

한편 시간을 정하고 하는 한국마작의 경우 보통은 장풍패는 인정을 하지 않고 자풍패 1점만 기본 점수로 인정합니다. 하지만 미리 합의를 하는 경우 모든 대국에서 東을 장풍패로 인정하는 로컬룰도 있습니다. 장풍패를 인정하면 평균 대국 시간이 짧아지니 참고하기 바랍니다.
❷ 일본의 반장(半莊) 마작 – 최소 8국 이상
반장 마작은 위의 도표처럼 동장의 동풍전 4국과 남풍전 4국 등 총 8국으로 구성됩니다. 총 16국으로 구성된 중국의 일장 마작에 비해 절반이나 적은 횟수로 진행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東家의 승리에 대한 권리를 인정한 ‘연짱(蓮莊)’ 규정이 있어 많은 경우 16국 이상의 대국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연짱은 東家가 승리할 경우에 한해 동가의 권리가 다음 순서로 넘어가지 않고 그 다음 대국에서도 계속 東을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계속 선(先)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동1국에 이어 연장이 계속되는 경우 ‘동1국 1본장’, ‘동1국 2본장’ 등으로 표현합니다. 한 판이 연장될 때마다 300점씩의 연장 점수가 추가됩니다. 타가 1인당 100점씩에 해당되는 점수입니다. 예를 들어 3연장의 경우 총 900점을 추가로 받습니다. 유국이 되어도 東家가 팅파이 상태인 경우 연짱은 인정됩니다.
연짱과는 반대로 東家의 순서가 오른쪽 하가(下嫁)로 넘어가는 것을 ‘윤짱(輪莊)’이라고 합니다. 연짱은 오직 東家의 권리라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합니다. 동풍전과 남풍전에서 누구나 각 한 번씩 돌아오는 東家 때 연짱을 달성하는 것이 반장 마작에서 승리하는 지름길입니다. 반장 마작도 한장 마작처럼 장풍패, 자풍패, 연풍 등이 모두 인정됩니다.
반장이 끝난 후에는 최종 정산을 해야합니다. 일본 리치마작의 정산 방법은 중국과 다르게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일본 리치마작 배우기’ 편에서 따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각자 25,000점의 점수봉을 기본으로 갖고 판이 끝날 때마다 정산을 하는 방식입니다. 최종 판이 끝난 후에 가장 많은 점수를 가진 사람이 승자가 됩니다.
반장을 할 때 한 대국자가 동풍장 초반에 일방적으로 많은 점수를 차지해도 남풍장을 하지 않는 것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남풍전 4국까지 마치는 것이 예의이고 원칙입니다. 다만 한 사람이 25,000점의 점수봉을 모두 타가들에게 빼앗긴 경우, 야구의 콜드게임처럼 그 순간 대국이 종료됩니다. 이와 같이 점수봉이 하나도 없는 상태를 “들통 났다.”라고 표현합니다.
마치며
시간을 정해두고 하거나, 반장 또는 한 장을 하는 것은 각자의 선택입니다. 9편에서는 드디어 한국마작의 다양한 역들을 소개하겠습니다.





